사순 묵상 34 - Fr.김영수 헨리코

치명자산성지 | 2020.04.02 16:28 | 조회 258

[사순묵상 34]

❈사순 제5주간 월요일❈
2020. 3. 30 치명자산성지

 

✣ 돌맹이 ✣

지난 토요일 저녁, 평소 같았으면 수많은 관광객과 신자로 붐볐을 테지만,

빗소리만 적막한 광장을 가득 채운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홀로 걸어가십니다.

어둠이 내리는 광장 제단에 선 교황님은 "저희를 돌풍의 회오리 속에 버려두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시며

비탄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려 달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전파를 타고 세계에 중계된 특별기도에 함께한 사람들을 위해 교황님은

"주님은 우리에게 겁내지 말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믿음이 약하고 무섭다"며

"이 세상을 축복하시고 육신의 건강을 주시며 마음의 위안을 달라"고 간구하셨습니다.

"짙은 어둠이 우리 광장과 거리와 도시를 뒤덮었고

귀가 먹먹한 침묵과 고통스러운 허무가 우리 삶을 사로잡아버렸다.

우리는 두려움에 빠져 방황하게 됐다"며 “혼자서는 파선하고 만다.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연대를 호소하시는 교황님의 모습이 십자가 위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으로 다가와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 놓고” <요한 8,3>

오늘 미사의 말씀은 추악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양심을 저버린 원로에게 누명을 쓴 채 끌려나온 수산나와

간음하다 바리사이들에게 붙잡혀 끌려온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인들을 끌고 온 사람들은 자신이 떳떳하다고 주장하며

사람들 가운데에 세워 놓고 돌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니엘의 지혜로운 판결로 수산나는 억울한 죽음에서 구출되었지만

현장에서 붙잡힌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둔 예수님은 진퇴양난에 빠진 듯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6절>

예수님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향하고 계십니다.

분노와 불신의 돌덩이를 움켜 쥔 채 타인의 나약함을 단죄하고

무자비한 심판자로 나서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각자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십니다.

그들의 마음을 이끌어 하느님의 자비의 문턱으로 인도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7절>

 

예수님은 불안과 분노로 가득 찬 사람들도 구하고자 하십니다.

자신의 죄를 발가벗긴 채 서 있는 여인 뿐 만 아니라

돌맹이를 움켜쥔 채 무지와 선동으로 아우성치는 세상을 구하시기 위해

사랑의 길로 모두를 모아들이십니다.

그리고 죄가 많은 나이든 사람들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님 앞에 홀로 선 그 여인에게 예수님은 진정한 회개의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 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다시는 죄짓지 마라.” <11절>

*****
❈ 주님, 오늘 저희 손아귀에 움켜쥔 단죄의 돌맹이를 내려놓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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