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묵상 40 - Fr.김영수 헨리코

치명자산성지 | 2020.04.07 16:08 | 조회 280

[사순묵상 4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20. 4. 5. 치명자산성지

 

✣ 방관자와 마녀사냥꾼 ✣


성주간은 마구간에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께서

30년 동안의 침묵 속에서 준비하신 길이 무엇이었는지,

그 길을 통해 세상에서 이루신 일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성주간 전례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주님의 길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분이 누구냐?” <마태 21,10>

오늘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주일입니다.

예루살렘 입성으로 시작되는 주님의 길은 고난의 여정이면서 부활이라는 무한한 영광의 시작입니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군중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의 두 얼굴은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군중이란 개개인이 아니라 다수가 모여 있기 때문에,

개인으로 있을 때의 모습이나 생각은 없어지고 ‘군중’ 만이 가지게 되는 특별한 성격을 지니게 되는데

이것을 군중심리라고 합니다. 군중심리는 인간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하나의 집단으로 모여 있을 때에는

자기 자신의 가치 판단이나 기준이 아닌 군중으로서의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에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합니다.

군중심리의 한 모습은 ‘방관자’입니다.

흔히 지나가는 사람이 많으면 범죄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지나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서지 않게 되는 현상을 ‘방관자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이 나서겠지 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면서 눈 앞에서 흉악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침묵과 외면으로 방관하는 모습이 군중심리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어리석은 군중의 또 하나의 모습은 ‘마녀 사냥꾼’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상을 이루어 줄 대상을 영웅시하며 열렬히 환영하지만,

그 환상을 깨려고 하는 자가 나타나면 그를 마녀로 몰아가고 화형대에 올려놓고 맙니다.

군중은 진실을 원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불안함과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서슴없이 돌을 던지고 낭떠러지로 밀어뜨리고자 합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회는 군중심리에 의해 요동을 칩니다.

대를 이어 세상을 유린하여 자신의 뱃속을 채우고 민중들을 개, 돼지 취급하는 기득권자들은

어리석은 군중의 심리를 이용합니다.

군중들 앞에서 의기양양 못된 짓을 일삼아도 되는 사회는

방관으로 일관하는 군중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성숙하지 못한 신앙도 군중 속에 머물며 자신의 환상을 이루어 줄 하느님을 찾고,

영적인 가치가 아니라 허접스런 관심사와 흥미로 어울리면서 신앙 공동체를 세속적인 패거리로 전락시키고 맙니다.

 어리석은 군중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교회는 세상에 추악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머물고,

하느님께는 구원의 걸림돌이 되고 맙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군중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초라한 마구간에 오셨듯이 보잘 것 없는 어린 나귀를 타고 당신의 왕국으로 입성하십니다.

군중들은 자신들의 환상을 이루어 주기를 고대하면서 옷을 벗어 길에 깔고 나뭇가지를 흔들며 열렬히 환호합니다.

그 환호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예수님은 마녀로 지목되어 화형대에 올려 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군중의 선동에 자신을 맡기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침묵 속에서 맞이하는 성주간에, 예수님께서 걸어가시는 사랑의 길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함께 하는지를 돌아보며

어리석은 군중의 한 사람이 아니라 그분을 눈여겨 바라보시며 고통과 수난의 길에

끝까지 함께 하시는 성모님의 발걸음에 함께 하는 성주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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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오늘 당신의 여정에 군중으로 머물지 않고 당신의 길을 따라 걷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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